스타와 광고 ‘궁합’ 누가 누가 잘 맞나

브랜드38연구소 조사 결과 ‘이준기-미녀는 석류를…’ 1위

[886호] 2006년 09월 29일 (금)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이준기가 출연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음료 광고는 스타와 광고가 찰떡 궁합을 이룬 대표적 사례이다.      스타 마케팅은 흔히 고비용-고효과 마케팅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성공했을 때는 그만큼 효과도 크다는 뜻이다. 스타 마케팅의 기본이 광고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텔레비전 광고 편 수는 2천여 편 안팎. 그 중 70% 정도가 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라고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단 스타를 내세운다고 모든 광고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에 달하는 비용을 들이고 실패하는 광고도 숱하다. 기업 처지에서 과학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정 스타의 광고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계량화·객관화한 자료가 필요한 것이다. 브랜드38연구소(소장 박문기)가 매년 두 차례씩 반기별로 발표하는 ‘스타마케팅브랜드지수(SMBI) 조사’ 결과는 그런 의미에서 눈길을 끈다.   조사는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먼저 1차 조사는 일반 소비자에게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적합한 스타’를 묻는 방식이다. 지난 7월18~27일 실시한 1차 조사 결과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적합한 스타로는 전지현(16.27%)이 꼽혔다(<시사저널> 제879호 참조).   2차 조사는 이들 스타가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가 무엇인지를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전지현이라는 모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맨 먼저 떠오르는 텔레비전 광고가 무엇인지 답하게 한 다음(최초 상기도), 전지현이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를 모두 선택하게 하고(보조 인지도), 이 중 전지현에게 가장 어울리는 광고(적합도)를 꼽게 하는 식이다. 이들 수치를 토대로 통계 모형을 구축해 산출한 것이 이른바 스타마케팅브랜드지수(SMBI)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SMBI 지수가 높을수록 스타와 광고의 궁합이 잘 맞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38연구소는 지난 8월21~30일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SMBI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이준기가 출연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171.08) 음료 광고였다.   이 광고는 CM송 성공 사례로도 유명하다. 선율이 단순하면서 무심코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그러나 성공의 핵심 열쇠는 누가 뭐래도 이준기의 기용이다. 이 광고 제작을 대행한 대홍기획은 애초에 여성 톱스타를 모델로 섭외했다고 한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의 전신은 ‘모메존 석류’. 맛도 기능도 괜찮은 음료이지만 중년 여성들이 마시는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이 음료의 소비층을 젊은 층까지 확대하기 위해 과감한 개명(改名)을 시도한 대행사로서는 젊은 미녀를 내세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이 광고 중 노래 부르는 컨셉트를 원치 않는다고 해 섭외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새롭게 부상한 카드가 이준기였다. 당시 이준기는 영화 <왕의 남자>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로 막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참이었다. 한창 떠오르는 남자 스타를 여성용 음료 광고에 기용한 의외성과 화제성으로 이 광고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올 2월 출시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액 1백억원을 돌파하는 등 올 상반기 최대 히트 음료로 떠올랐다. 롯데칠성은 이 음료의 올해 매출이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준기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에 이어 스타와 궁합이 잘 맞은 광고 2위는 김태희와 ‘싸이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준기와 달리 김태희는 이미 몇 년째 정상을 지켜온 광고 모델이다. 특히 김태희가 출연한 광고 중에서도 ‘싸이언’ 광고는 브랜드38연구소 2005년 하반기 및 2006년 상반기 조사에서도 각각 5위에 오르며 높은 광고 효과를 과시했다.   이 연구소 박문기 소장은, 김태희의 지적인 이미지와 정보통신 업종의 최첨단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조화된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박소장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꼽는 김태희의 핵심 이미지는 ‘예쁘고 똑똑한’이다. 단 이로 인해 ‘이미지 우산 효과’가 적다는 것이 그녀의 단점이다. 우산을 펼치는 폭이 좁기 때문에 서민적이거나 통속적인 브랜드까지는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태희-싸이언’, 애니콜 누르고 2위   반면 ‘애니콜’ 광고에 등장하는 전지현이나 이효리는 감성적 소구력은 뛰어나지만 이성적 소구력이 약한 것이 단점이다. 곧 이성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고 믿음을 주어야 하는 광고에서는 두 사람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두 사람 공히 정유회사나 가구회사 광고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같은 정보통신 광고라 해도 ‘애니콜’ 광고는 두 사람의 스마트한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패셔너블하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담는 데 주력한다. 이번 조사에서 이효리와 전지현의 ‘애니콜’ 광고는 각각 SMBI 지수 3위(134.14)와 37위(59.24)를 차지했다. 이 밖에 에릭(60.27) 문근영(42.98) 이준기(38.07)의 애니콜 광고 또한 100위권 안에 들어 역시 ‘애니콜=광고계의 강자’임을 실감케 했다.       같은 정보통신 광고라도 모델 특성에 따라 소구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효리(왼쪽)는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김태희는 이지적인 이미지를 내세운다.       문제는 애니콜 광고의 이같은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피해를 입는 기업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박문기 소장은 일반 기업이 명심해야 할 수칙 1호가 “자사 광고 모델의 애니콜 광고 출연을 막아라”고 말했다. 애니콜 광고는 완성도뿐 아니라 노출 빈도 또한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애니콜은 2003년 광고비 1위(5백28억원)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광고비 지출 부문에서 업계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왔다.   이로 인해 이준기를 제외하고 애니콜 광고에 등장한 다른 스타들은 자기가 출연한 다른 광고에 비해 애니콜 광고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이효리가 출연한 광고 중 애니콜에 이어 두 번째로 광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비타 500’의 SMBI 지수는 59.35(36위)로 애니콜(134.14)과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지현의 경우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라네즈’  화장품 광고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애니콜 광고에 출연한 뒤 라네즈 광고 효과는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애니콜 광고의 SMBI 지수는 59.24(37위)로 라네즈 광고의 SMBI 지수는 57.94(40위)를 앞질렀다.   이 밖에 △원빈과 김태희가 함께 출연한 ‘싸이언’ 광고, 조인성과 고릴라가 함께 출연한 ‘국제전화 001’ 광고처럼 동반 출연 광고의 효과가 높게 나타난 점 △박지성과 미녀들이 어설프게 춤을 추는 ‘하이트’ 광고, 차승원의 코믹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순창 고추장’ 광고처럼 재미(Fun) 코드를 잘 활용한 광고의 효과가 높게 나타난 점 등이 이번 조사에 나타난 특징으로 분류된다.   흥미 있는 것은, ‘비호감’ 이미지 또한 광고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만 해도 광고가 유치하고 너무 튄다며 비호감 정서를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현영과 정준호가 등장하는 ‘하이마트’ 광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 광고는 공히 높은 광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일단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구매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에는 싸이언 광고도 이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김태희가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독특한 몸동작을 선보이는 최근 광고가 일본 광고와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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